[직원칼럼 – 김태영] 10년이면

2018년 기준으로 10년 전, 2008년 입대를 했다. 바야흐로 그때는 빅뱅과 원더걸스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아이폰 대신 모토로라 핸드폰이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었다. 카페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고, 카톡이 세상에 나오기 전 모두들 네이트 온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SNS의 최강자는 바로 싸이월드였으며 스키니 열풍이 아직 득세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미래에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일기를 쓰고 기록하며 다시금 그것을 읽고 나를 다독여 나갔던 기억이 있다. 대다수 남자들은 20대 초반에 입대를 하게 된다. 아저씨로만 봤던 군인들은 실제로 보면 내공이 부족하고 소년과 어른의 중간쯤 미숙한 남자들이다.

나 또한 미숙한 소년과 어른의 중간쯤 되는 풋내기 20대였다.

나는 그 당시 신병 노트에 10년 뒤의 모습을 기록하라는 제시를 받게 된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나중에 병장 즈음 그 노트를 우연히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군 시절 내가 생각하던 10년 후. 사회에서 큰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 사이 이룬 것이 많은 것처럼 서술했다.

이를테면 집과 차는 당연히 있을 것이고, 전공에 따라 패션업을 진로로 생각했기에 업계에서 한 가닥 하고 있을법한 모습을 상상했다. 깔끔한 오피스텔에 살면서 고액 연봉도 받고, 해외도 가끔씩 나가면서 말이다.

비록 나뿐만 아니라 20대 초반 대부분이 본인의 30대의 모습은 찬란하고 멋질 것이라 상상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정말로 그런 삶을 살아갈지는 모르지만, 막상 그 반대의 모습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군시절 노트를 떠올리며 괴리감에 사무쳤다.

현재의 나를 비춰봤을 때, 왠지 모르게 약간 서글퍼졌다. 열정과 그 꿈 많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몸무게는 물론이고 넉살만 늘고, 타협도 늘고, 오색찬란 컬러풀하던 모습은 채도를 한 껏 낮추어 생기 없이 바랬다. 지금의 내 모습은 30대를 맞이하기에는 너무나 불안해 보인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이대로 40대를 맞이 하면 나는 얼마나 더 최악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자신이 바라던 꿈의 발 끝마저도 따라가지 못하고, 아예 진로를 전향하거나 포기하거나 접거나 아예 빙 둘러서 다른 궤도의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나의 글을 꽤나 많이 공감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10년 사이 돌이켜보면 수많은 사건과 이슈들이 있었다. 그럼 과연 10년어치의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해왔는가에 대해서 고심해 봤다.

먼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것들을 위해 여러 모로 노력했던 20대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지극히 결핍되고 제한적이었던 약 2년의 군 생활은 미래에 대한 열망과 그 염원에 대한 추진력을 만들어주는 데 충분했다. 부끄럽지 않을 미래를 위해 현실을 충분히 살기로 결심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꿈을 이야기하고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그때의 모습들이 기억난다.  그 젊고 에너지 넘치는 내 모습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10년이 지난 뒤,

주변 사람들 몇몇은 결혼을 했고 그중 일부는 2세를 맞이했다. 몇몇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열정과 에너지를 심각하게 잃어갔다. 마치 삶의 무게와 현실에 잠식당해 몸이 아주 무거워진 그런 느낌처럼.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했다.

각자를 둘러싼 환경도 조금씩 바뀌었고, 각자가 처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관심사도 라이프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높은 이상과 목표가 나를 높은 곳으로 이끌어 주지 못한다면, 도리어 독이 되어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스스로를 갉아먹을 수도 있을 것이란 것이었다.

그치만 10년의 시간은 현재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나만의 역사였고,  비록 내가 바라던 현재 모습이 아니지만 그 속에 아름다운 시간은 충분이 많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행복의 순간들은 대단한 시간들보다 사소한 것들과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이 직물처럼 짜여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20대에는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있었다. 비록 그때의 기대보다 보잘것없는 10년 뒤, 지금 내 모습이지만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즐거운 일들이 많을 거라고. 작은 것에도 행복할 줄 아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것보다,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다.

그 사소해 보이는 일상과 현재 속에 소박하지만 긍정적인 미래가 있다. 그건 분명히 내가 선택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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