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보자마자 눈에 띄도록 화려한 것도
신자마자 제 짝을 찾은 것 마냥 내 발에 꼭 맞았던 것도
만지자마자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윤기가 반질거린 것도
발을 내딛자마자 구름 위를 걷는 것 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었다.

올해로 8년째 신고있는 그 구두와의 첫 만남은 그랬다.

사람도 그렇듯 한 두어번 만남으로 나와 꼭 맞는 사람인지
혹은 기가 막히게 진국인인지는 알 수 없다.
나에게는 이 구두가 그랬다. 처음에는 좋은지 편한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항상 다니던 그 길을 열댓번은 다녀보니까
그 다음 해에도 신발장에서 꺼내게 되더라.

당연한 소리겠지만, 어쨌든 잘 맞는 것들은 오래신게 된다.
그리고 신으면 신을수록 나와 닮아간다.
약간의 팔자 걸음걸이, 홀쪽하고도 날렵한 발모양,
버스를 타면 타이어 쪽 높은 자리를 좋아하는 취향.
내 오랜 습관과 신체적 특성을 담아내다가
딱딱한 아스팔트와 세월에 닳아 광택은 바래고 깊은 주름이 진다.

어제 신발장 앞에 쪼그려 앉은채로
그것을 무심하게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갈줄 누가 알았겠노.’

오래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에게는 구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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